사가다, 바나우에 여행 -1(계단식 밭)
필리핀에 정착한지 어언 11년 6개월....
가족들을 이끌고 어학원 해보겠다고 짐을 싸들고 이곳에 와서 목사에게 사기 당하고....
그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고 그래도 이제는 떳떳히 바기오에서 살 수 있도록 나를 믿고 따라주고 힘에 겨운 미장원 하면서 열심히 살아준 마눌에게 너무나 고맙고 그런 환경에서도 삐뚤어지지않고 착하게 커준 자식들이 대견하다.
원래 오지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지만 그렇게 이리저리 체이며 살다 보니 이제야 사가다와 바나우에라는 곳을 여행하게되었다. 그것도 내가 가고싶어서 일정을 잡은 것이 아니라 나의 띠동갑인 셋째누님이 매형과 함께 칠순여행겸 우리집을 오셔서 안내를 한다는 핑계로 길을 나서게 되었다.
누님과 매형 항상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길 바라며....
1. 사가다로 출발하다.
마눌님!
미안해 다음에 우리 아들 군 재대하고 오면 딸과함께 우리식구 다같이 가자!
일단 필리핀 지도를 보자, 필리핀 전체 지도는 알테니 바기오와 사가다, 바나우에가 있는 루손섬을 보면
위쪽의 포인트가 사가다 약간 오른쪽 아래의 빨간라인이 바나우에, 아래 바기오라고 보인다.
루손섬의 거의 전체를 보면 이렇다.
바기오에서 사가다까지 직선거리로는 대략 100km 정도 될까싶다.
바기오를 출발하여 바기오와 시 경계가 접한 라트리니다드를 빠져 나가는데 교통체증때문에 대략 30분은 허비한 것 갔다.
이렇게 교통제증이 심한 이유는 이지역을 포함한 북쪽의 산악지대에서 나오는 어마어마한 양의 채소가 이곳의 도매시장에서 전국 각지로 팔려나가기 때문에 수많은 화물차와 지프니 등 운송수단에 동원된 차량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이곳으로 들어오는 채소의 양을 집작하게할 사진 몇 장을 시작으로 슬슬 나의 애마를 몰고 간다.
시간은 급할 것 없다.
2박 3일 일정으로 출발했으니.....
트리니다드 경계를 벗어나니 마운틴트레일이라는 국도가 시작되며 통행료(요금)을 받는다.
20~30페소 정도 한 것 같은데 잊었고...
우리 굿핸즈 봉사단체가 현지인 농촌 후원 프로그램으로 돼지와 염소를 사주었던 당와지역을 지나 산굽이를 돌아서니 장관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일단 사진을 보자.
평평한 직선 길이 없어서 빨리 달릴 수도 없지만 이런 산악의 계단식 밭 경치의 산길을 3시간 이상 달리면서 입이 다물어 지질 않는다.
경치도 경치지만 이런 밭을 과연 인간이 전부 만들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의 어마어마함에 놀라고, 삶을 위해 수 대에 걸쳐 저런 밭을 만들어서 일군 인간의 노력과 시간에 감탄하며, 그 위에 저렇게 녹색으로 가지런히 자라고 있는 채소에서 농부들의 땀이 애처롭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많은 채소가 전부 라트리니다드와 바기오를 거쳐서 마닐라를 포함한 산 아래의 도시민들의 신탁에 올라가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 셋이서 와!~~~ 엄청나다! 라는 말만 연발하다가 "마운틴프라빈스"라는 푯말을 보고서야 잠시 쉬며 사진을 찍기로 하고 차를 새웠다.
여기서부터는 벵겟주를 지나 마운틴프라빈스란다.
성모마리아 상이 우리를 반기고....
마리아께 내 애마의 무사고와 여행기간 동안 우리를 지켜달라는 화살기도를 하며 완만한 산에 수없이 계단으로 만든 밭을 지나 이제는 산이 험해지면서 밭은 보이지 않는다.
산의 고도는 제보질 못했지만 바기오의 고도 해발 1,500~1,600 미터정도에서 거의 비슷비슷한 높이라는 생각을 하며 이제는 밭이 없는 산길을 돌고 내려가고 올라가고를 반복하다가 계속 산 아래로 내려가는 듯 싶더니 제법 넓은 시냇물이 나오며 사가다 라는 교통표지판이라고 하기는 좀 그래도 관광지라서 그런지 안내표지판이 보인다.
좌회전하라고....
그 삼거리의 가게 앞에 서있는 사람에게 사가다까지의 거리를 물어보니 20분만 가면 된단다.
도로를 공사중이었다. 중간 중간에 비포장 길도 있고 넓히는 곳도 있어 약 한시간 가량은 올라 간듯.....
필리핀인들의 길 안내에 익히 속아왔던지라 누님과 매형에게 이들은 원래 그렇다는 필리핀인의 여유로움?을 예기해주며 험한 산길을 올라가다보니 길가로 집들이 몇채씩 보이더니 좌측으로 커다란 병원이 사가다임을 알려준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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